“말도 안 돼. 나 지금 꿈꾸는 거지?”
영호가 거울 앞으로 성큼 다가가 얼굴을 어루만진다. 볼을 꼬집어도 보고 뺨을 세게 때려도 본다.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니다. 그런데 분명 어젯밤까지 영호가 보던 얼굴이 아니다.
학창 시절 자고 있냐는 오해를 많이 받던 작은 눈은 크고 시원시원한 눈매로 변했고, 영호의 가장 큰 콤플렉스였던 매부리코는 마치 미끄럼틀처럼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으며, 푸석하고 트러블 많던 피부는 아기 피부처럼 뽀얗고 매끈하게 바뀌어 있었다. 또한 소시지처럼 두툼하고 칙칙하기만 했던 입술은 앵두를 머금은 듯 도톰하고 예쁜 선홍빛을 띠고 있었다. 영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신 거울만 바라본다.
잠시 거울을 보며 멍하니 서 있던 영호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중얼거린다.
'그래, 사진. 사진을 찍어보자.'
급하게 주머니를 뒤지다 이내 멈춰 선다.
“아, 잃어버렸지.”
방으로 달려가 보조 노트북을 열고 캠을 실행한다. 화면 속에도 여전히 같은 얼굴이다. 다급하게 방 불을 켜고 암막커튼을 걷어젖힌다. 이번엔 PC 모니터를 꺼 까맣게 만들고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역시 화장실에서 봤던 그대로다. 침대 아래 널브러진 가면 상자를 보더니 피식 웃는다.
“꿈이어도 좋고, 아니면 더 좋고.”
우체국으로 향하는 길.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며 옆 매장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근데 진짜 이게 말이 된다고?”
외출하는 것, 사람을 마주하는 게 어려웠던 영호는 어느새 콧노래를 부르며 바깥을 활보하고 있었다. 쇼윈도가 보일 때마다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 보며 만족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체국을 들러 등기를 받을 때도, 주민센터에 들러 신분증 재발급 신청을 할 때에도, 휴대폰 가게에서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순간까지도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그런데 잘생긴 남자로 산다는 게 상상만큼 특별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TV 속 연예인을 보면 사람들이 잘생겼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손이라도 한 번 잡아 보려고 하던데, 일반인이 잘생겨진다고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내가 연예인이 된 건 아니니까.”
상상했던 것만큼 달라지지 않음에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래도 새 사람으로 태어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영호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준 도도신당의 무당에게 감사 인사라도 전할 겸 골목으로 향한다. 하지만 도도신당이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뭐야? 그새 옮긴 거야? 희한한 아줌마네.”
골목을 벗어난 영호의 시선에 간판 없는 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 그리다였다. 간판을 교체하고 있었다. 영호는 외출이나 문화생활을 잘 하지 않았기에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은 없었지만, 동네를 오가면서 이름만큼은 익숙하게 봐 왔던 곳이다. 그냥 지나치려는 영호의 시선이 카페 입간판에 멈춘다.
'곡물라떼 50% 할인 중!'
평소 같았으면 눈에 띄지 않았을 입간판이다. 평소의 영호는 바깥에 외출할 일도 없었을뿐더러, 외출을 했다 해도 곡물라떼를 할인한다는 정보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을 사람이었다. 그저 머릿속에는 게임뿐이었으니까. 외출을 했을 땐 해야 할 일만 하고 바로 게임을 하러 집 안에 들어가던 영호였지만, 왠지 오늘따라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시는 여유를 부려 보고 싶었다. 영호가 조심스럽게 카페 안으로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이름을 바꾸고 있는 카페입니다!”
“곡물라떼...주세요.”
“아이스로 드릴까요,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
“아이스요.”
“곡물라떼, 50% 할인해서 2,400원입니다!”
사장은 계산 후 곡물라떼를 제조하며 연신 영호를 흘끔거린다. 영호도 테이블에 앉아 카페 사장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함께 흘끔거린다. 영호가 바라보면 카페 사장도 바라보고, 카페 사장이 바라보면 영호도 함께 바라보기를 여러 차례. 낯선 상황에 영호는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쓸어내린다. 그러곤 일어서 카페 한편에 놓인 전신거울로 가서 얼굴을 바라본다.
“아우, 깜짝이야!”
큰 소리와 함께 카페 사장과 눈이 마주친다. 당황한 영호는 머쓱하게 중얼거린다.
“아, 맞다, 맞다. 나 잘생겼지, 참. 나 맞지.”
괜한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자리에 앉은 영호에게 사장이 곡물라떼를 가져다주고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저기요”
“네?”
“되게 잘생기셨어요…!”
태어나서 처음 느껴 보는 기분이다. 영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긴장이 된다. 얼굴에 익숙해지는 연습만 했지 이런 갑작스러운 멘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는 연습하지 않았다.
“아, 아, 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만 벌리고 있었다. 카페 사장이 히죽 웃고는 자리로 돌아가려는 찰나, 카페 문이 열리며 은서가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아, 또 오셨네요!”
“여기 곡물라떼 할인하네요?”
“곡물라떼 한 잔 드릴까요?”
은서는 늘 앉던 창가 자리로 조용히 앉는다. 영호는 그 옆에서 히죽거리며 곡물라떼를 홀짝이고 있다. 카페 안에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은서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음악을 따라 고개를 아주 조금씩 흔든다. 금방 편안해지는 표정.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이 카페, 이 자리, 이 선율. 그리고 문득 스쳐 지나가는 기억.
애써 눌러 담고 있던 감정이 삽시간에 터지며 은서가 무너져 내린다.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떨어질 듯 말 듯 맺혀 있던 눈물이 끝내 볼을 타고 흐른다. 영호는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 버린다.
통유리 너머로 들어온 햇살이 은서의 옆볼을 비추었다. 붉게 물든 눈시울에 맺혀 있는 눈물은 마치 루비를 수놓은 듯 반짝였고, 그녀의 슬픔이 이상하리만큼 아름다웠다. 마치 울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잘못 떨어져 슬퍼하는 천사를 본 기분이었다. 누군가가 우는 모습을 보고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것일까? 영호는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 나지막이 내뱉었다.
'예쁘다.'
평생 누군가를 보고 이렇게 심장이 뛰어 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밖에 나가서 문화생활을 하고 사람을 마주칠 일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영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의자를 드르륵 끌며 은서 옆으로 다가간 영호. 은서가 눈물을 훔치며 바라보자, 영호가 말했다.
“손수건, 필요하시면 쓰세요.”
“네?”
은서 앞 테이블에 잔뜩 놓인 카페 티슈가 보였다. 손수건. 굳이 필요 없는 배려였구나. 아차 싶은 마음에 영호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다.
“아, 손, 손수건. 그러니까 제가 땀이, 땀이 많아서 가지고 다니는데, 지금 많이, 네. 필요하실 것...같아서. 무슨 일인지는 모르,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은서가 그런 영호를 이상하게 바라보다 손수건을 건네받고는 눈물을 닦았다.
“감사해요. 좋은 분이시네요.”
영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잘생겨진다는 건 이런 걸까?
‘그래, 나 정말 좋은 사람인데. 근데 항상 이런 외모 때문에 다가가 보지도 못하고.'
순간 억울한 생각에 감정이 북받친 영호는 주체할 수 없는 용기에 이내 은서 앞 의자를 당기고는 앉았다.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봐도 될까요?”
“실례일 것 같은데요.”
영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조졌다.'
뭐하는곳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