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eminine
🎵 Elegant Mo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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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ฅ⁄⁄ฅ⁄⁄)💕
게시판에 연재중인 소설이 있습니다.
시간 나실 때 읽어주시고 한줄인사도 짧게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ᵕ'🫶🏻)💕

한줄인사

뭐하는곳인가요?
혜민이 꿈이 이 공간에서 멋지게 피어나기를 ✨
혜민이도짱짱걸💕
할랑발랑방가루
허남준짱짱맨😍
오혜민바보
안녕
기미히끼잉..
오늘의 한마디

이곳에 와주신 모든 분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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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혜민이네입니다!!

이곳엔 제가 편하게 글을 적어 올릴 예정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 ˂̶͈⸝⸝)💕

최근 수정 2026-07-15
#가면 태그 글만 보고 있어요.

가면 3화

“말도 안 돼. 나 지금 꿈꾸는 거지?” 영호가 거울 앞으로 성큼 다가가 얼굴을 어루만진다. 볼을 꼬집어도 보고 뺨을 세게 때려도 본다.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니다. 그런데 분명 어젯밤까지 영호가 보던 얼굴이 아니다. 학창 시절 자고 있냐는 오해를 많이 받던 작은 눈은 크고 시원시원한 눈매로 변했고, 영호의 가장 큰 콤플렉스였던 매부리코는 마치 미끄럼틀처럼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으며, 푸석하고 트러블 많던 피부는 아기 피부처럼 뽀얗고 매끈하게 바뀌어 있었다. 또한 소시지처럼 두툼하고 칙칙하기만 했던 입술은 앵두를 머금은 듯 도톰하고 예쁜 선홍빛을 띠고 있었다. 영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신 거울만 바라본다. 잠시 거울을 보며 멍하니 서 있던 영호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중얼거린다. '그래, 사진. 사진을 찍어보자.' 급하게 주머니를 뒤지다 이내 멈춰 선다. “아, 잃어버렸지.” 방으로 달려가 보조 노트북을 열고 캠을 실행한다. 화면 속에도 여전히 같은 얼굴이다. 다급하게 방 불을 켜고 암막커튼을 걷어젖힌다. 이번엔 PC 모니터를 꺼 까맣게 만들고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역시 화장실에서 봤던 그대로다. 침대 아래 널브러진 가면 상자를 보더니 피식 웃는다. “꿈이어도 좋고, 아니면 더 좋고.” 우체국으로 향하는 길.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며 옆 매장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근데 진짜 이게 말이 된다고?” 외출하는 것, 사람을 마주하는 게 어려웠던 영호는 어느새 콧노래를 부르며 바깥을 활보하고 있었다. 쇼윈도가 보일 때마다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 보며 만족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체국을 들러 등기를 받을 때도, 주민센터에 들러 신분증 재발급 신청을 할 때에도, 휴대폰 가게에서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순간까지도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그런데 잘생긴 남자로 산다는 게 상상만큼 특별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TV 속 연예인을 보면 사람들이 잘생겼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손이라도 한 번 잡아 보려고 하던데, 일반인이 잘생겨진다고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내가 연예인이 된 건 아니니까.” 상상했던 것만큼 달라지지 않음에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래도 새 사람으로 태어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영호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준 도도신당의 무당에게 감사 인사라도 전할 겸 골목으로 향한다. 하지만 도도신당이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뭐야? 그새 옮긴 거야? 희한한 아줌마네.” 골목을 벗어난 영호의 시선에 간판 없는 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 그리다였다. 간판을 교체하고 있었다. 영호는 외출이나 문화생활을 잘 하지 않았기에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은 없었지만, 동네를 오가면서 이름만큼은 익숙하게 봐 왔던 곳이다. 그냥 지나치려는 영호의 시선이 카페 입간판에 멈춘다. '곡물라떼 50% 할인 중!' 평소 같았으면 눈에 띄지 않았을 입간판이다. 평소의 영호는 바깥에 외출할 일도 없었을뿐더러, 외출을 했다 해도 곡물라떼를 할인한다는 정보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을 사람이었다. 그저 머릿속에는 게임뿐이었으니까. 외출을 했을 땐 해야 할 일만 하고 바로 게임을 하러 집 안에 들어가던 영호였지만, 왠지 오늘따라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시는 여유를 부려 보고 싶었다. 영호가 조심스럽게 카페 안으로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이름을 바꾸고 있는 카페입니다!” “곡물라떼...주세요.” “아이스로 드릴까요,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 “아이스요.” “곡물라떼, 50% 할인해서 2,400원입니다!” 사장은 계산 후 곡물라떼를 제조하며 연신 영호를 흘끔거린다. 영호도 테이블에 앉아 카페 사장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함께 흘끔거린다. 영호가 바라보면 카페 사장도 바라보고, 카페 사장이 바라보면 영호도 함께 바라보기를 여러 차례. 낯선 상황에 영호는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쓸어내린다. 그러곤 일어서 카페 한편에 놓인 전신거울로 가서 얼굴을 바라본다. “아우, 깜짝이야!” 큰 소리와 함께 카페 사장과 눈이 마주친다. 당황한 영호는 머쓱하게 중얼거린다. “아, 맞다, 맞다. 나 잘생겼지, 참. 나 맞지.” 괜한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자리에 앉은 영호에게 사장이 곡물라떼를 가져다주고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저기요” “네?” “되게 잘생기셨어요…!” 태어나서 처음 느껴 보는 기분이다. 영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긴장이 된다. 얼굴에 익숙해지는 연습만 했지 이런 갑작스러운 멘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는 연습하지 않았다. “아, 아, 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만 벌리고 있었다. 카페 사장이 히죽 웃고는 자리로 돌아가려는 찰나, 카페 문이 열리며 은서가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아, 또 오셨네요!” “여기 곡물라떼 할인하네요?” “곡물라떼 한 잔 드릴까요?” 은서는 늘 앉던 창가 자리로 조용히 앉는다. 영호는 그 옆에서 히죽거리며 곡물라떼를 홀짝이고 있다. 카페 안에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은서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음악을 따라 고개를 아주 조금씩 흔든다. 금방 편안해지는 표정.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이 카페, 이 자리, 이 선율. 그리고 문득 스쳐 지나가는 기억. 애써 눌러 담고 있던 감정이 삽시간에 터지며 은서가 무너져 내린다.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떨어질 듯 말 듯 맺혀 있던 눈물이 끝내 볼을 타고 흐른다. 영호는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 버린다. 통유리 너머로 들어온 햇살이 은서의 옆볼을 비추었다. 붉게 물든 눈시울에 맺혀 있는 눈물은 마치 루비를 수놓은 듯 반짝였고, 그녀의 슬픔이 이상하리만큼 아름다웠다. 마치 울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잘못 떨어져 슬퍼하는 천사를 본 기분이었다. 누군가가 우는 모습을 보고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것일까? 영호는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 나지막이 내뱉었다. '예쁘다.' 평생 누군가를 보고 이렇게 심장이 뛰어 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밖에 나가서 문화생활을 하고 사람을 마주칠 일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영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의자를 드르륵 끌며 은서 옆으로 다가간 영호. 은서가 눈물을 훔치며 바라보자, 영호가 말했다. “손수건, 필요하시면 쓰세요.” “네?” 은서 앞 테이블에 잔뜩 놓인 카페 티슈가 보였다. 손수건. 굳이 필요 없는 배려였구나. 아차 싶은 마음에 영호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다. “아, 손, 손수건. 그러니까 제가 땀이, 땀이 많아서 가지고 다니는데, 지금 많이, 네. 필요하실 것...같아서. 무슨 일인지는 모르,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은서가 그런 영호를 이상하게 바라보다 손수건을 건네받고는 눈물을 닦았다. “감사해요. 좋은 분이시네요.” 영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잘생겨진다는 건 이런 걸까? ‘그래, 나 정말 좋은 사람인데. 근데 항상 이런 외모 때문에 다가가 보지도 못하고.' 순간 억울한 생각에 감정이 북받친 영호는 주체할 수 없는 용기에 이내 은서 앞 의자를 당기고는 앉았다.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봐도 될까요?” “실례일 것 같은데요.” 영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조졌다.'

가면 2화

한강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층 오피스텔.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은 한눈에 담기 어려울 만큼 눈부시고 아름답다. 거실에는 값비싸 보이는 소파와 가구들이 놓여 있고, 벽면에는 고흐와 피카소 등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그림이 빈틈없이 걸려 있다. 아일랜드 식탁 위에는 누군가 차려놓은 듯한 저녁 식사가 손끝 하나 닿지 않은 채 식어 있다. 삐빅.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은서가 힘없이 들어선다. 문이 닫히자 집 안은 다시 적막해진다. 넓은 집, 수많은 고급 가구들. 하지만 은서 혼자 채우기에는 너무 큰 공허함이다. 손에 들려 있던 핸드백을 침대 위로 툭 던진다. 평소라면 진열장에 조심스레 보관했을 가방이지만, 지금은 그런 것 하나 신경 쓸 여유조차 없다. 터벅, 터벅. 넓은 집 안에 은서의 발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진다. 은서가 침대에 대자로 드러눕는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을 들어 손가락을 바라본다. 분명 반지가 있어야 할 자리. 텅 빈 손가락을 바라보던 은서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린다. 어느새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온다. 휴대전화 벨이 울리고, 은서는 급하게 눈물을 훔치며 전화를 받는다. "응, 엄마. 나 집이지." "어, 밥? 밥 먹었지. 이모님이 차려주신 것 같아." "응. 준석 씨? 아니, 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은서는 떨리는 목소리를 끝내 감출 수 없었다. "엄마, 나 잠시만. 나 급한 전화가 와서." 작게 새어 나오던 울음은 이내 서러운 오열로 변한다. 넓고 화려한 집,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차. 드레스룸은 명품으로 가득 차 있고,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말할 한강뷰 오피스텔이지만, 그 안에는 늘 은서 혼자뿐이었다. 은서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집어 든다. 준석의 이름을 가만히 바라보다, 끝내 휴대전화를 거실 끝으로 던져버린다. "이번엔 진심인 줄 알았는데." 텅 빈 집 안은 이내 은서의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찬다. - 올블랙의 세련된 정장 차림의 미숙이 전시장을 둘러본다. 그 뒤로 큐레이터와 직원들이 줄지어 따르고, 미숙은 벽면에 걸린 작품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설명한다. 사람들은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그런 미숙을 뒤편에서 뿌듯하게 바라보는 은서. 언뜻 보기엔 그저 웃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슬픈 표정을 숨길 수가 없다. 미숙이 방향을 틀다 은서를 발견한다. "어, 딸! 언제 왔어!" 미숙이 직원들과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은서에게 달려간다. - 카페 그리다 안으로 들어오는 미숙과 은서. 무언가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은서가 두리번거린다. 평소와 다른 듯한 조명, 코를 찌르는 듯한 특이한 디퓨저 향. 음료를 주문하려고 카운터에 서자, 낯선 직원이 은서를 맞이한다. "카페가 많이 바뀌었네요?" "아, 네! 리모델링 좀 했습니다!" "사장님도 바뀌신 거예요?" "어, 그쵸! 제가 사장입니다!" "카페 이름도 바뀐 건가요?" "네! 아직 정하는 중이에요!" 셋의 시선이 카운터 모니터 앞에 달려 있는 '카페 그리다' 팻말로 향한다. 직원은 서둘러 팻말을 치우며 어색하게 웃는다. "주문하시겠어요?" "아이스 곡물라떼 한 잔이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직원이 음료를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직원이 자리를 떠나자, 미숙은 은서를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탁! 잔뜩 화가 난 미숙이 찻잔을 깨질 듯 내려놓으며 입을 연다. "또 헤어졌어? 이번에도 돈 때문이니? 그 남자가 너보고 돈 달래?"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뭐가 맘에 안 든대? 네가 뭘 부족하게 해준 게 있다고. 돈이 더 필요하면..." "맨날 돈, 돈! 엄마, 돈으로 사람 마음을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래서 헤어진 거 아니라구." - 영호는 도도신당 앞에서 몸이 얼어붙은 채 연신 누구냐고 외치고 있다. "누구세요...?" "들어와!" "누구, 누구신데요!" "아, 글쎄 들어와!" "아니, 누구시냐고요! 누구신데 제가 저기서..." 이내 도도신당 안에서 긴 파마머리의 여자가 문을 박차고 나온다. "이러다 밤 새겄다!" 달과 해 모양이 뒤엉킨 긴 목걸이, 꽃무늬가 화려한 보헤미안풍 원피스에 술 장식이 달린 로브를 걸친 차림이다. 양손에는 형형색색의 팔찌가 여러 겹 채워져 있어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없어 보인다. "뭐야...?" "뭐기는, 나 무당. 너에게 아주 크나큰 고민이 있을 예정이, 아니 있으니까! 내가 해결해 줄게." 무당이 영호의 손목을 붙들고 도도신당 안으로 들어간다. 도도신당 안은 영호가 바깥에서 본 모습보다 훨씬 어지럽다. 벽면에는 보헤미안풍 원피스가 잔뜩 걸려 있고, 그 사이로는 내용을 알 수 없는 부적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중간중간 트럼프카드와 타로카드, 만세력 등 온갖 잡다한 것들이 붙어 있다. 영호는 좁은 도도신당 안에서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며 정신없는 신당 안을 구경한다. "무당...이에요?" "무당인데! 뭐 타로도 하고 사주도 볼 줄 알고, 다 해. 일단 앉아." 영호는 무언가에 홀린 듯 자리에 앉는다. 무당은 앞에 놓인 영롱한 보랏빛 수정구를 손으로 쓰다듬더니 얼마 안 가 눈을 번쩍 뜨고 말한다. "요즘 고민이 많지. 힘든 것도 많고. 인생이 마음처럼 안 되지?" "근데 그건 누구나..." "너에겐 가면이 필요해." "가면이요?" 무당이 일어나 벽에 걸린 원피스와 부적, 만세력 등 온갖 잡다한 것들을 손으로 치워내자 작은 서랍 하나가 나온다. 그리고 그 서랍에서 웃고 있는 모습의 하얀 가면을 꺼낸다. 나무로 만들어진 가면에 칠해진 흰색 페인트. 조금은 허술하게 칠해진 모습이 어딘가 기괴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무당이 서랍 속에서 종이 상자 하나를 더 꺼내 가면을 넣으며 말한다. "자기 전에 이 가면을 쓰고 자. 일어나면 네가 겪고 있는 모든 고민, 그 고민을 해결해 줄 가장 큰 문제! 그 문제가 해결돼 있을 거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지금?" 영호가 황당함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하자 무당이 말한다. "가져가는 게 좋을 거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믿거나 말거나. 근데 그런 마음으로는 어떤 어려움도 해결할 수 없어." - 온통 칠흑같이 어두운 집 안으로 영호가 들어선다. 도도신당에서 받아 온 종이상자를 침대 위로 내팽개치고는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여느 때처럼 게임에 로그인하자 영호를 반겨주는 건 벌거벗은 캐릭터다. "뭐, 뭐야?" 영호는 서둘러 게임 홈페이지에 접속해 고객센터 번호를 찾는다. 숨이 점점 가빠진다. 고객센터 번호를 찾자마자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려 하지만, 없다. 한참 동안 주머니를 더듬는다. 앞주머니, 옆주머니, 안주머니까지 빠짐없이 한참 동안 몸 이곳저곳을 뒤진다. 바지 뒷주머니까지 뒤져 보지만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는 뒤늦게 깨닫는다. "이런 미친새끼가!!!!!!!!!!!" 키보드가 부서질 듯 내리치는 영호. 이내 주먹을 움켜쥐고 아파한다. 영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로그인돼 있는 PC 메신저를 열어 '엄마'를 검색한다. 엄마와의 메신저 창 마지막 연락은 2022년 7월 1일, 무려 4년 전 영호의 생일날이다. 영호는 메신저 창에 엄마를 연신 썼다 지웠다 반복하더니 결국 하기 어려운 그 말을 써 내려간다. '엄마, 갑자기 이런 부탁 미안해.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급하게 돈 좀 빌릴 수 있을까? 매번 신세 져서 미안해.' 그리고 잠시 뒤 답장이 도착한다. '핸드폰 어쩌다. 돈내일부칠께. 엄마가보낸생필품이랑옷은 바닷니.등기보냈다.잘써.돈내일보냄.' 휴대전화로 어설프게 눌러 쓴 엄마의 답장. 영호는 답답한 마음에 모니터를 신경질적으로 끄고는 침대로 몸을 던진다.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한다. "인생이 참, 병신같다." 그런 영호 머리 위로 걸리적거리는 무언가. 도도신당에서 받아 온 가면 상자다. 영호는 잠깐동안 생각하다, 이내 한심한 듯 피식 웃으며 말한다. "나도 참 병신같고." 그런데 자꾸만 가면이 거슬린다. 몸을 번쩍 일으켜 앉아 상자를 열어본다. 다시 봐도 기괴한 모습의 가면이다. 조심스럽게 가면을 꺼내 얼굴에 대어본다. 어쩐지 쏙 들어맞는 사이즈가 꽤나 맘에 든다. "오, 나 보통 사이즈는 맞기 힘든데." 가면을 어루만지며 눈코입 위치를 맞추고 누우려는 영호 앞으로 상자 속 쪽지 하나가 보인다. 영호가 쪽지를 펼친다. [주의사항] ① 자기 전 한 번만 착용한다. ② 효과는 단 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③ 가면의 존재를 타인에게 발설하는 순간, 가면은 효력을 잃고 사라진다. "미친, 별 게 다 있네." 영호는 쪽지를 바닥으로 던지고는 그대로 잠에 든다. - 요란한 알람소리에 눈을 뜬 영호는 서둘러 화장실로 향한다. 엄마가 보내준 등기를 찾기 위해서는 우체국이 문을 닫기 전에 서둘러 나가야 했기에, 대충 고양이 세수만 하고 나갈 생각이다. 수도꼭지를 틀어 얼굴에 물을 끼얹고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훔친 뒤 무심코 거울을 바라본다. "..............어?" 그리고 그 거울 속에는 어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가면 1화

드뷔시의 Arabesque No.1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작은 카페 안. 두 남녀가 테이블에 앉아 어두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커다란 눈에 오뚝한 코, 화장기 없는 얼굴이 곱고 수수한 은서는 찻잔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다가 끝내 입술을 꿈틀거리더니 눈물을 터뜨린다. 그런 은서의 모습에 남자는 지겨운 듯 흘겨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곧바로 은서가 따라 일어난다. 가지 말라며 남자의 팔을 붙잡지만, 남자가 거칠게 뿌리치자 휘청거리며 의자를 붙든다. "멍청한 건 알았지만 이렇게 멍청한 줄은 몰랐다." "왜 그러는 건데, 왜 헤어지자고 하는 건데?" "됐고. 앞으로는 이런 거 해주지 마라. 이런 거로 사람 마음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더라." 남자는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서 내던지고는 카페 밖으로 나갔고, 은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한다. 카페 안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은서에게 쏠리지만, 은서는 고개조차 들지 않는다. 주변의 수군거림도, 따가운 시선도 은서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빛이 조금도 들지 않는 방 안. 커튼 사이로 비치는 빛에 영호는 암막커튼을 당긴다. 삐용, 쉭. 요란한 게임 소리와 키보드 자판 소리가 정신없이 들려온다. 모니터 빛에 겨우 보이는 책상 위에는 빈 컵라면 용기가 탑처럼 쌓여 있고, 언제 마지막으로 비웠는지 모를 재떨이에 가득한 담배꽁초들은 무너질 지경이다. 쓰레기 더미 너머, 키보드 위에서 영호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띵동' 별안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영호는 스피커 볼륨을 줄이고 숨죽인다. 띵동, 띵동. 초인종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영호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한다. 영호가 조심스럽게 현관 앞으로 다가가자 초인종 소리가 멈춘다. 영호가 문에 귀를 가져다 댄다. "계세요? 등기입니다!" 영호가 외시경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자, 우체부가 문 앞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바깥의 남성을 확인한 영호는 조심스럽게 현관으로 손을 뻗는가 싶더니 이내 짧은 한숨과 함께 팔을 떨군다. 다시 외시경을 통해 밖을 바라보자 우체부는 이미 떠나고 없다. 두 번, 세 번, 다시 바깥을 확인한다. 한참이 지나 바깥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영호가 머리를 푹 숙이며 주저앉는다. 영호가 마른세수를 하며 고개를 들자, 작은 눈에 매부리코, 두꺼운 입술, 푸석한 피부가 드러난다. 한참을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던 영호는 일어나 다시 컴퓨터 앞으로 향한다. 컴퓨터 속 게임 화면을 보자, 다른 유저가 영호를 다급하게 부르는 채팅 기록이 남아 있다. 영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건다. '무슨 일이세요?' '거래소에 청룡검 올리신 분 아니세요?' '아, 맞아요. 사실 건가요?' '혹시 조금 더 싸게는 안 될까요.' '이미 최저가로 올렸던 거라 어려울 거 같은데요.' '조금만 싸게 해주세요. 진짜 찾기 힘든 거라 그래요.' 영호는 귀찮은 듯 혀를 차며 게임 속 ‘귓속말 거부’ 버튼을 누르려다 뒤이어 올라오는 채팅을 보고는 멈칫한다. '현금으로 살게요. 300만 원.' 영호가 모니터 가까이 몸을 당긴다. '현금으로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로 아는데요. 어떠세요?' '선입금 가능하세요?' '직거래만 가능합니다.' '어디신데요?' '저 서울이요.' '저도요. 전 방촌인데.' '방촌이면 제가 가죠. 방촌역 앞 카페 그리다 옆 골목에서 만나시죠. 이따가 열 시 반쯤에요.' 마른하늘에 별안간 폭우가 쏟아지고 잇따라 천둥번개가 내리친다. 우산 속으로 한껏 몸을 웅크린 영호가 약속 장소 앞에서 두리번거리며 서 있다. 영호는 계속해서 불안한 기색을 멈추지 못한다. 검은색 점퍼는 턱 아래까지 지퍼를 올려 잠그고, 새까만 마스크에 얼굴은 반 이상 가려져 있다. 덥수룩한 머리의 앞머리를 연신 앞으로 쓸어내리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저기요.” 갑작스러운 부름에 영호가 사시나무 떨듯 놀라며 빗물에 미끄러진다. 낯선 남자의 도움으로 겨우 일어난 영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본다. “청룡검... 사러 오신 분이세요?” “네, 여기요.” 낯선 남자가 물에 축축이 젖은 봉투 하나를 내민다. 확인해보라는 눈짓에 영호가 고개를 숙여 돈 봉투를 들여다본다. 빗발치는 비바람에 밤도 밤인지라, 봉투 안 금액을 식별하기 어렵다. 영호는 우산 손잡이를 겨드랑이 한쪽에 끼고는 봉투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깡! 영호의 귀를 찢는 쇳소리와 함께 머리 한쪽이 터질 듯 울린다.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번지더니 곧 검게 일그러지고, 영호의 손에 들려 있던 봉투와 우산이 떨어져 폭우에 함께 천천히 쓸려나간다. 영호는 곧 중심을 잃은 채 고꾸라진다. 젖은 아스팔트에 영호의 얼굴이 부딪히는 순간, 흐릿한 시야 너머로 낯선 남자의 손에 들린 쇠파이프가 보이고, 이내 눈을 감는다. 낯선 남자는 영호의 주머니를 뒤져 신분증을 찾아낸다. 신분증 사진을 찍고는, 아직 멀었는지 주머니를 연신 뒤진다. 그리고 영호의 핸드폰을 찾고서야 자리를 벗어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둠은 한층 깊어져 있었고, 영호의 귀를 때리던 빗소리는 한결 잦아들어 있었다. 거세게 쏟아지던 폭우는 어느새 가랑비로 변해 있었다. 영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감겨 있던 눈꺼풀이 꿈틀거리더니 천천히 떠진다. 서서히 시야를 되찾자, 머리 한쪽의 욱씬거리는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영호는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다 손바닥으로 젖은 바닥을 짚고 일어선다. “아, 진짜, 미친 새끼.” 영호가 한 번 더 뒷덜미를 어루만져 보지만 피는 나지 않는다. 무릎과 손바닥을 훌훌 털어버리고는 골목을 터덜터덜 빠져나간다. 다시 ‘콰광’하며 천둥번개가 한 번 밤하늘을 찢는다. “아이씨, 놀래라. 아까부터 뭐야, 진짜?” 골목을 거의 벗어날 즈음, 끝자락에 자리 잡은 작고 허름한 건물 하나가 영호의 눈에 들어온다. 마치 골목 속 다른 세상인 듯, 노란 불빛이 어두운 골목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다. “아까도 저게 있었나?” 다가갈수록 짙어지는 향 냄새에 코끝을 찡그린다. 입구엔 비에 젖은 박스와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반쯤 열린 문 안으로는 다소 험하게 생긴 석상들이 줄지어 있고, 새어 들어가는 바람에 가늘게 흔들리는 촛불들이 보인다. 깜빡거리는 노란 조명 위로 간판 하나가 보인다. ‘도도 신당’ 아무래도 좋지 않은 느낌이 들어 발소리가 들릴세라 천천히 몸을 돌리자, 안에서 호통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와!” 설명하기엔 어려운 위험한 느낌, 왠지 모를 꺼림칙함이 영호의 등줄기를 스친다. “들어와! 길을 따라 왔으면 들어와야지, 어딜 거스르려고 그래.” “네...?” “한 대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렸어? 얼른 안 들어와?” 도도신당 안 여자는 영호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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